... 대머리 엘리사 이야기.
열왕기하 2장 23-24절
엘리사는 그 곳을 떠나 베델로 올라갔다. 그가 베델로 가는 도중에 아이들이 성에서 나와 "대머리야, 꺼져라. 대머리야, 꺼져라." 하며 놀려대었다. 엘리사는 돌아서서 아이들을 보며 야훼의 이름으로 저주하였다. 그러자 암곰 2마리가 숲에서 나와 아이들 42명을 찢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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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머리의 인성수준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개그풍으로도 종종 인용되는 이 스토리에 대해서, 기독교 측에서는 알고나 까라면서 주로 하는 말로 '죽은 아이들은 사실은 청년들이다'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죽어도 싼 죄이다' 라는 식으로 반론을 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반론은 전혀 쓸모가 없다.'

... 어떤 스토리의 '정합성' 은 그 스토리의 '사실성' 을 보증해 주지는 못한다. 이 대머리 엘리사 스토리에 대해서 '그 단어는 청년임' 라고 하든 '죽어도 싼 죄임' 라고 하든 '현대의 가치관으로 평가해서는 안됨' 라고 하든, 그것은 '정합성' 을 짜맞추는 논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합성' 을 짜맞춘다고 해도, 그런 '사실 자체' 가 없다면 그건 그냥 잘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 다시 위의 스토리를 읽어보자. '엘리사는 돌아서서 아이들을 보며 야훼의 이름으로 저주하였다. 그러자 암곰 2마리가 숲에서 나와 아이들 42명을 찢어 죽였다.' 고 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암곰인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42명은 누가 세어서 알려줬을까? 왜 하필이면 곰이지? 번개가 떨어졌다거나 입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거나 하는게 좀더 근사하지 않을까?' 같은 의문은 전혀 들지 않나?

아니, 애초에.

'저주를 하니 곰이 나타났다' 같은 일이 있을 수 있긴 한가?

... 당신이 이 포스트를 읽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당신은 현대 고등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 그렇다면 '저주를 하니 곰이 나타났다' 라는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저 대머리 엘리사 스토리를 기독경에 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옳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 뭐 벨로린이 나름대로 높게 평가하는, 자칭 사고의 극한(...)까지 가 봤다는 신자조차도 저런식으로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것 같긴 하다. 그냥 그 스토리를 받아들였을 뿐.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옛날 사람들이 그렇게 믿었든 어쨌든, 현대인이라면 생각은 좀 해야 한다. '이 스토리는 어디까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 최소한, '저주를 하니 곰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였다' 는 일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제로다- 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이미 대머리 엘리사 스토리의 '사실성' 은 없어졌고, 그러므로 그 스토리에 사용된 단어를 갖고 왈가왈부 하는 짓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다.

... 그럼 조금 더 나아가서 '그럼 실제로 있었던 일은 무엇일까?' 를 생각해 보자. (개인적으로는 '그냥 우리 신 킹왕짱- 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 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대충 '곰 가죽을 뒤집어 쓴 호위병 두명이었다' 라든가 '호위부대 이름이 암곰둘 부대였다' 같은 가능성이 떠오른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다른 가능성들도 기대한다. :)

... 그리고 여기에 (기독교인에게는) 최대의 함정이 있다.

... 당신은 '저주를 하니 곰이 나타났다 = 야훼가 곰을 보냈다' 라는 스토리 대신, '사실은 인간이 죽인게 아닐까' 라는 가능성을 인식했다.
... 즉 이 스토리가 야훼의 개입이 아닌, '그냥 인간이 신의 이름을 빙자해 살육한 스토리일 수 있다' 라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다.
... 더 나아가 '구약의 다른 스토리들도 그런 것일 수 있다' 라는 가능성, '구약의 야훼라는 존재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 는 가능성도 인식한 것이다.

... 그리고 이 가능성을 한번 인식한 이상, 이제는 인정하든지 거부하든지만 남았다. 거부하려면, 당신은 엘리사가 저주를 했더니 곰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였다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당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부정하는 것이고, 당신의 믿음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며, 바로 '개독' 의 첫걸음인 것이다.

by 벨로린 | 2015/09/16 20:34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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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LOALI at 2015/09/17 19:37

제목 : 암곰
... 대머리 엘리사 이야기. 고대 히브리인들은 덩치와 험상궂음 때문에 사자보다 곰을 더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 지방의 곰은 연갈색의 시리아곰(Syrian Bear)인데, 주로 고산지대에 살고, 잡식성이라 평소 사람이나 가축을 해치는 곰은 아니다. 다만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동면이 끝나면 먹을 게 마땅히 없어서 종종 내려와서 양들을 해치기도 한다. 사무엘상에 보면 다윗이 곰에게 습격당한 이야기가 나온다. 곰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건 새끼를......more

Commented by 벨로린 at 2015/09/17 00:42
... 이 내용은 벨로린의 목적이 달성될때까지 약 1~2년에 한번정도 인사밸이나 개그밸, 혹은 무신론 갤러리에 재투척 될 가능성이 있음. 별로 대단한 목적은 아니니까 대충 10년 정도면 달성되지 않을까. :)
Commented by 끄응 at 2015/09/17 00:03
아무래도 좋은데 이건 사족같은데 그냥 속으로 혼자 생각하시는게... 너무 스놉냄새나요
Commented by 벨로린 at 2015/09/17 00:21
... 글이 스놉냄새난다는건지 리플이 스놉냄새난다는건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말씀하시려는 바를 좀더 확실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
Commented by EuKigael at 2015/09/17 04:24
힐 말이 있으면 똑바로 비핀을 하던가 걍 싫다고 하던가 스놉이라고 꿍치는건 걍 애새끼같은데요
Commented by 채널 2nd™ at 2015/09/16 23:58
세상에 ... 이런 곳에서 "기독경"이라는 단어를 보다니 ㅋㅋㅋ <-- 예수경이라든가, 기독경 ... 하지만, 그나마 기독경이라는 단어가 적당히 종교적 색채도 가미되고 ........... ㅎㅎ

'성경'..?? 하나도 안 聖하거든요....... ;;;
Commented by taxonomy at 2015/09/17 14:04
사실상 이건 '내가보기엔 성경 못믿을것 같으니깐 너 개독..' 수준의 논박인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런식으로 성경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엘리사의 곰까지 가지도 않고
예수가 사람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는데 어떻게 부활하냐? 못믿어. 레벨에서 끊깁니다.
아니 그전에 성경 처음 나오는 태초의 하나님이~ 구절 부터, 하나님이 어디있어? 옛날 사람들이 우주의 탄생을 해석 못하니 지어낸거지!.. 라고 생각하겠죠.

성경에서는 무신론자들이 경험적으로 성경이 사실이 아님을 인식케 하는 구절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엘리사와 암콤의 저주의 이야기에서 적절하게 이끌어 낼만한 주제가 아니에요..

벨로린님의 논리에 따르면 차라리

... 구약에서 하나님이 불기둥을 내리셨다고 하셨다 ...
... 불기둥이 실재로 하늘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없다 ...
... 따라서 구약의 야훼라는 존재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 ...

이쪽이 예시에 맞겠죠.. 그리고 딱 이정도 레벨의 논박이고요..
Commented by 벨로린 at 2015/09/17 19:48
... 아뇨, 정확한 요약은 '니가 그렇게 믿는다면 넌 개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입니다. 전제조건이 '벨로린이 기독경을 못믿어서' 가 아니라 '니가 그렇게 믿는다면' 이라는 말입니다.

... 물론 벨로린은 안믿으므로, 기독경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더라도 이런식의 논박으로 끌어갈 수 있겠지요. 그러니 엘리사와 암곰의 이야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특별 취급을 받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도 '대머리의 인성수준' 이라는 개그밸 글에 '알고나 까라, 거기서 죽은애들은 청년들이다' 라는 식의 리플이 올라왔기에 시작한것 뿐입니다. 애들 나이가 중요한게 아닌건 taxonomy님도 동의하시는 바일테고, taxonomy님이 '애든 청년이든 잔인한 이야기다' 라는 관점이라면, 벨로린은 '그 이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는 정도인거죠. 그 근거로 '무신론자들만의 상식' 이 아니라 '교인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식' 을 사용했을 뿐이구요.

... 그리고 불기둥을 얘기하자면...

... 옛날사람들이라면 화산폭발 같은걸 하늘에서 불기둥이 내렸다고 할 만 하다.
... 하지만 현대인에게는 화산폭발은 그냥 자연현상이다.
... 즉 당신은 야훼의 개입이 아닌, 그냥 자연현상을 보고 해석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다.

... 정도 될거 같네요. :)
Commented by taxonomy at 2015/09/17 23:13
제 리플의 논지는 엘리사와 암곰 이야기가 특별 취급을 받는다는게 아니라
어차피 그런식으로 논지 전개를 해나가자면 성경의 거의 모든 구절이 그런식으로 해석가능하다는게 제 리플의 논점 입니다.
Commented by 벨로린 at 2015/09/18 08:24
... 뭔가 이야기가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네요. 벨로린의 논지는 '어떤 이야기에 대해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너 자신의 지식과 상식을 적용해서 좀 생각해 보는게 좋다' 거든요. '그런 식의 해석' 은 그러한 생각의 결과 도출될 수도 있는 결론의 가능성일 뿐이며, 벨로린은 '그런 식의 해석' 을 강요하는게 아닙니다. '생각해야 하는 건 너지, 벨로린이 아니라구' 요.

... 엘리사와 곰 이야기만이 아니라, 당연히 구약의 다른 거의 모든 이야기들도 그런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상이 기독경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든, 불교 경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인이라면 sns에 떠도는 루머나 음모론들도 특히 조심해야겠지요.
Commented by shaind at 2015/09/18 08:58
이 문제로 기독교를 까는 입장은 어디까지나

"(기독교도들의 주장대로) [만약 성경의 내용이 말 그대로 사실이라면] 하느님이야말로 자비없는 개자식이라"는 거죠.

애초에 기독교를 까는 입장에서는 성경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어야 할 하등의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기독교도들이 "성경은 사실이며 그러면서도 하느님은 개자식이 아니다" 라는 것이죠.

여기서는 성경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려면서도 그 내용에 괜히 얽메여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죠.

이 이야기는 그냥 예언자의 '영험'함을 드러내는 전설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든, 뜬소문이 과장되었든 간에.
'지나가던 스님'이라던가 나그네(실은 무슨 산신령이었다던가)를 박대한 마을에 재앙이 닥쳤다 운운 하는 전설은 대부분의 문화권에 흔히 있습니다. 이런 전설은 순전히 종교적 영험함에 대한 경외 때문에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벨로린 at 2015/09/17 20:01
... '그 내용에 괜히 얽매여 있는 것 같다' 고 느끼셨다면, 정확합니다. 이 글의 논지 자체가 '너 그렇게 믿는게 맞냐?' 라고 집요하게 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 말씀하신 바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는 at 2015/09/17 17:29
똑똑한 분들이 뭐 이리 진지하게 보론하고 계신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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