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칠한 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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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도 일단은 살려와야 하지 않겠냐.

- 참 좋은 말이다. 물론 인간의 생명은 매우 귀중한 가치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숨겨진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생명이 가장 귀중한 가치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제는 일반적으로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 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사람에 따라 일반적으로 '생명보다 귀중한 가치' 를 가지는 것들을 대부분 한두개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기독교에서 그러한데, 기독교리는 '인간의 생명보다 야훼의 뜻(혹은 사후의 구원영생)' 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한다. (물론 기독교인에 따라서는 안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웬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 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피랍자 가족들은 정부에게 이래라 저래라 악을 쓰거나 뉴스에 늦게 나온다고 땡깡을 부리거나 하고 있고, 교회와 관련단체는 뻔한 선교활동을 애써 봉사활동이라며 구라를 치고 있고, 언론은 거기에 맞장구 쳐주고 있고, 정부는 '테러리스트' 들과 '직접 협상' 씩이나 추진하고 있으며, 양식있다는 블로거들은 '그래도 일단은 살려와야 하지 않겠냐' 라고 근엄하게 한소리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단히 불행하게도, 이것은 탈레반들이 한 행동도 긍정한다. 탈레반들이야말로 감옥에 갇힌 동지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그리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있는 것이므로.

2. 늬 가족이 잡혀있으면 어쩌겠냐.

- 감정이입은 좋긴 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탈레반들이 한 행동을 긍정한다. 울나라가 저모냥이면 어쩔건데?

3. 나쁜건 탈레반이지 않느냐.

- 마찬가지다. 울나라가 저모냥이면 울나라 사람들 역시 탈레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거 같진 않다.

4.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 생명의 가치 역시 인간이 부여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시장의 법칙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의 생명의 가치는 다른 누군가의 생명의 가치와 같지 않은 것이다. 이상론에서는 살인마의 생명이나 피살자의 생명이나 똑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살인마를 격리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현 상황도 마찬가지로, '잡혀있는 인질들의 생명' '탈레반들의 생명' '아프간 일반인들의 생명' '국내 일반인들의 생명' '재외 한국인들의 생명' 의 가치를 놓고 비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죽어도 싸다' 건 '죽어 마땅하다' 건 '그래도 살려놓고 보자' 건 간에, 일부 근엄한 네티즌의 생각처럼 '옳고 그름' 이 명확한 사안은 아닌 것이다. 가치에 대한 관점 차이일 뿐.

5. 그래서 어쩌라구?

- 벨로린이 보기에, 진짜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도 된다' 라고 여기고 있다면

a. 피랍자들은 자신들의 어리석은 행동과 이슬람 모독 행위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슬람으로 개종해서' 평생 진실하게 봉사하며 살겠다고 맹세한다.
b. 피랍자의 가족, 교회, 단체는 각종 구라와 어리석은 선교행위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건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을 교회와 재산을 팔아서라도 전액 부담하겠다고 맹세한다.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절대 그럴 리는 없으니(hahaha), 이 사건에서 호의적인 여론이 나올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 그리고 벨로린이 인질들에 대해 동정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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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로린 | 2007/07/24 15:43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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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7/24 16:01
핑백을 날리셨길래 와보았습니다. 제가 쓰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잘 써주셨군요
너무 시비걸자는 식으로 보일것도 같기에 생략했었습니다만^;;
뭐랄까... 저도 만만찮게 까칠하고 싸가지 없게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사람들이 현실적인 부분은 너무 도외시 하는 감이 적잖게 들더군요.
생명의 가치라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누구든 동등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못한데 말이죠
Commented by 아르핀 at 2007/07/24 17:02
핑백을 보고 왔습니다.
물론 저또한 처음 저 소식을 접했을 때 쓴 생각을 어느정도 했었지만 결국 다다르는 결론은 '살리고 봐야 한다' 였습니다.
그 이유는 제 주관적인 관점도 있지만 선교 활동을 간 사람들의 목숨의 가치와 앞으로 잠재적으로 얻을 피해의 경중을 가볍게 재는 일부 네티즌들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일명 테러리스트들의 '봉'이 될 잠재적인 위협이 생기게 되는데 왜 동정하느냐, 그냥 버려두라. 이것은 이유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적이고 부정하기에는 어느정도 신빙성 있는 가설입니다.
그러나 이 이유가 후에 있을 피해자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피해자들에게도 관심을 쏟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잘못을 하긴 했지만 해외에서 '이미 테러리스트들의 봉이 된' 23명이 있는데도 사람들의 여론은 냉정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후에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피랍자들에게도 동정을 할까요? 물론 무고한 피랍자라면 지금보다 더 동정을 많이 받을 수는 있겠으나 지금도 궁극적으로 '나와는 관계 없으니까' 식으로 일조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생길 피해자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하신다면 부인하진 않겠습니다만 이것은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가치를 판단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러한 사태의 조짐이 보인다면 그만큼 국가에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p. s. 그런데 피랍자들이 이슬람을 모독하는 행동 때문에 잡혀갔다기 보다는-물론 눈에 더 띄기는 했겠지만- 탈레반들이 생각한 이익 때문에 잡혀갔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선교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시기를 잘 못 맞춰 선교를 나간 것이 문제잖습니까. ^^;
Commented by 자유로운 at 2007/07/24 23:08
아르핀님/선교 자체가 문제입니다만? 같은 신을 믿는 자들에게 선교하겠다는 자체가 웃길 뿐입니다.
Commented by 이동욱 at 2007/07/25 12:30
링크타고 다니다 발견했습니다 ㅎㅎ
잘 지내시나 보네요
이글루 링크 해 갑니다~
Commented by 벨로린 at 2007/07/26 19:46
... 여전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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